제3편 아기 판다의 대나무 숲 비밀-3
챕터 3: 소리의 흔적을 따라
팡팡은 대나무 숲 깊숙한 곳으로 발을 내디뎠다. 햇빛이 점점 약해지며 대나무 잎사귀가 빽빽하게 얽힌 그늘 아래로 들어섰다. 어제 들었던 그 이상한 소리, "우우웅… 휘이이…"를 떠올리며 귀를 쫑긋 세웠다. 바람이 대나무 사이를 스치며 나는 소리와는 달랐다. 더 깊고, 더 신비로운 울림이었다. 팡팡의 작은 발이 축축한 흙을 밟을 때마다 툭툭 소리가 났고, 마음속엔 토토를 꼭 찾아야 한다는 다짐이 가득했다.
"토토, 어디 있는 거야?" 팡팡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대나무 숲의 이 구역은 익숙하지 않았다. 늘 친구들과 놀던 밝고 따뜻한 곳과 달리, 여기엔 습한 공기와 낮게 깔린 안개가 떠돌았다. 팡팡은 살짝 떨리는 다리를 다잡으며 계속 걸었다. 그러다 문득, 바람이 잠잠해지면서 그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우우웅…" 이번엔 더 선명했다. 팡팡의 눈이 반짝 빛났다. "이쪽이야!"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대나무 사이를 헤치며 나아가자, 땅에 남은 작은 발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팡팡보다 조금 큰, 토토의 발자국 같았다. "토토가 여기를 지나갔어!" 팡팡의 목소리에 기쁨이 묻어났다. 발자국은 곧게 뻗은 대나무 줄기 사이로 이어져 있었다. 팡팡은 발자국을 따라가며 주변을 더 자세히 살폈다. 대나무 잎에 묻은 물방울, 살짝 꺾인 잔가지들. 누군가가 지나간 흔적이 분명했다. "토토, 기다려! 나 여기 있어!" 팡팡이 외쳤지만, 대답 대신 바람만이 잎사귀를 흔들었다.
얼마쯤 갔을까, 발자국이 갑자기 끊겼다. 팡팡은 멈춰 서서 땅을 내려다봤다. 축축한 흙 위에 더 이상 흔적이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팡팡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때, 나무 위에서 피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팡팡! 여기 위 봐!" 피피가 날개를 퍼덕이며 대나무 꼭대기를 가리켰다. 팡팡이 고개를 들자, 대나무 줄기 하나가 살짝 꺾여 있는 게 보였다. 마치 누군가가 매달리다 떨어진 것처럼.
"토토가 저기 올라갔다가 내려온 걸까?" 팡팡이 물었다. 피피가 날아 내려와 말했다. "그럴지도. 근데 저 위에서 소리가 더 크게 들렸어. 계속 가봐!" 팡팡은 피피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 대나무 줄기를 붙잡고 올라가려 했지만, 팡팡의 짧은 다리로는 도저히 닿지 않았다. "으음… 나도 토토처럼 날쌔면 좋을 텐데." 팡팡이 투덜거리며 다른 방법을 찾았다.
그러다 땅에 떨어진 대나무 잎 더미가 눈에 띄었다. 잎사귀 사이로 희미한 빛이 반짝였다. 팡팡이 잎을 치우자, 작은 돌멩이가 드러났다. 보통 돌과 달리 표면이 매끄럽고, 손으로 만지자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이게 뭐지?" 팡팡이 돌을 집어 들자, 다시 그 소리가 들렸다. "휘이이…" 이번엔 돌에서 나는 것처럼 가까웠다. 팡팡은 깜짝 놀라 돌을 내려다봤다. 돌이 정말 소리를 내는 걸까? 아니면 소리가 팡팡을 이 돌로 이끈 걸까?
"토토가 이 소리를 따라갔다면… 나도 따라가야 해." 팡팡은 돌을 작은 앞발에 꼭 쥐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대나무 숲은 더 깊고 어두운 곳으로 팡팡을 안내했다. 발걸음마다 대나무가 스치는 소리와 심장의 두근거림이 섞였다. 피피가 하늘에서 따라오며 말했다. "팡팡, 조심해! 여기부터는 나도 잘 모르는 곳이야." 팡팡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괜찮아. 토토를 찾으려면 가야 해."
숲은 점점 더 조용해졌다. 바람 소리마저 잦아들고, 오직 그 이상한 울림만이 팡팡을 이끌었다. 그러다 앞에 거대한 대나무 군집이 나타났다. 줄기들이 서로 얽혀 마치 벽처럼 길을 막고 있었다. 팡팡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대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 안에서 소리는 더 강렬해졌고, 팡팡의 작은 몸은 모험의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갔다.
토토는 어디에 있을까? 이 소리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팡팡의 마음은 궁금함과 걱정으로 가득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대나무 숲의 비밀은 이제 팡팡의 손끝에 닿을 듯 가까워지고 있었다.